얼마 전 몹시 추웠던 밤에 슈퍼에 다녀 오는데 아파트현관에 들어 와 있는 이 고양이와 만났다
어떻게 현관으로 들어 왔는진 모르겠지만 누군가 고양이가 추워 하니까 현관문을 열어 줬던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만히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가려는데 앞발을 모아서 들더니 점프하는 시늉을 하는게 아닌가
아마도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표시 같아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잠시 내 눈치를 보다가 열린 문 사이로 빠르게 나가나 싶더니
밖의 온도가 너무 추웠던지 이내 다시 들어왔다 밖은 엄청 추운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하루 재워 주기로 맘 먹고 조심스레 몸에 손을 대봤는데
내 손에 머리를 부벼 대길래 흠칫 놀랐다 아마도 사람의 손을 많이 탔던지 아니면 누군가 키우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고 같은 방에 놓아 주었는데 둘레둘레 한참을 둘러 보더니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비벼 대더라
그리고는 갑자기 PC본체 뒷면으로 기어 들어가길래 걍 놔뒀는데 PC를 끈지 얼마 된지 않았던터라 거기가 따뜻해서였나보다
생각보단 얌전히 있길래 그냥 그렇게 놔 두고 난 잠이 들었고 다음 날 문을 열어 주니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계단으로 내려갔다
앞으로 더 추워 질텐데 내가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안 한건 아니지만 내 몸 하나 건사 하기도 힘든데 책임감 없이 함부로 다른 생명을 들일 수 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떠난 고양이가 눈에 아른거리긴 했다 추운데 어떻게 지낼까 밥은 먹었나....
더 데리고 있을 걸 그랬나 아 정이란게 이다지도 무서운거구나 다시 한번 느껴졌고 다음에 또 마주치면 그땐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오늘 밖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아는 척을 할까 말까 했는데 고양이가 먼저 울어 대면서 내게 뛰어 왔다
난 정말 반가웠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에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데 내 다리에 몸을 비비면서 친근하게 굴길래 그래 밥이나 먹여 보내자 생각하고
슈퍼에서 참치를 사 와서 그나마 일베에서 본 건 있어서 그냥 주지 않고 물에 몇 번 헹구어 줬다 그랬더니 허겁지겁 먹는게 아닌가
나중에 접시를 보니 혀로 바닥까지 싹싹 핥은 거 같다 꽤 배가 고팠던 걸까 ...
다 먹고 나서 혀로 자신의 몸 청소를 하고 저번엔 창고방에만 있었는데 여기저기 집을 구경하고 거실에서 베란다 쪽을 내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난 고양이와 함께 거실에서 2시간 정도 서로를 처다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고양이가 가까이 와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한참을 서로의
눈을 바라 보았는데 그때 참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껏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나로 선 정말 신기하고도 기분 좋은 경험 이었다
해가 점점 저물어가서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 하다가 일단 문을 열어줘 봤다 문 앞에서 잠시 나를 바라보고 이내 계단으로 살며시 내려 가다가
돌아 보더니 야옹~~ 한 번 울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 가더니 주차 되어 있는 차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아까 문을 열어 주었을때 나가지 않았다면 오늘 또 재워줬을텐데 아니 따뜻한 봄이 올때 까지 내가 데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다 내가 언제 이렇게까지 감정의 변화가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와 고양이와의 관계는 지금처럼 건조하게 밖에서 마주치면
잠시 우리집에서 추위를 피하고 한끼 밥을 주고 또 그러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이러는게 가장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양이가 다시 보고 싶다 다음에 밖에서 마주 쳤을때 또 다시 날 반갑게 맞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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